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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가 드린 감사 예물

12/29/15       한준희 목사

거지가 드린 감사 예물


아직 먼동이 트기 전인 어두운 교회 앞에서 막 문을 여는 순간, 교회 옆 한쪽 구석에서 뭔가의 인기척이 있음을 직감했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뭘까? 가까이 가서 내려다 본 것은 사람이었다. 검은 쓰레기봉지와 두꺼운 종이박스를 걸치고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이었다.

누구세요?
부스럭 거리며 뭐라고 말을 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였다. 홈리스가 된 스페인 중년여자 한분이 쪼그리고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측은 하게 생각되어 교회로 들어오라고 했고 교회 2층 학생회실에서 주무시라고 했다. 앞으로 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여기 와서 자라고 권했고 나갈 때는 문을 꼭 잠그고 나가고 들어올 때는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차마 처음부터 교회 열쇠를 주기에는 좀 그런 것같아 내가 와서 문을 열어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명함을 건네 주었다.

그녀를 위층에 올려보내고 새벽기도를 하면서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저분이 어제 저녁은 먹었을까? 오늘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까? 언제부터 홈리스가 되었을까? 말이 안 통하니 전도하기도 그렇고.....  새벽기도 시간 내내 머리가 복잡하게 마음을 눌렀다.

새벽기도가 끝난 후에 권사님을 데려다 주어야겠기에 부랴부랴 나와 권사님 집으로 모셔드리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가 다 지나갈 무렵 집사님 한분에게 전화가 왔다.

“목사님 교회 거지가 들어와 있어요 이분 어떤 분이에요? 목사님이 들어오라 했다는데 어떻게 하죠? 교회 안이 냄새로 견딜 수가 없어요?”

난 교회로 달려갔다. 정말 꼬랑네 냄새라 할까? 썩은 네라 할까?  교회 안이 냄새로 가득 차있었다. 난 그녀에게 샤워를 권했고 집사님께 안 입는 옷 몇벌 가져오라 해서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내말에 순순히 응하였다.

그렇게 하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새벽에 교회에 들어섰지만 냄새는 그대로였고 그녀는 샤워도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난 그녀를 불러 샤워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지만 그녀는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내말에 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날도 샤워를 하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서 그녀에게 나갈 것을 명했고 그녀는 말없이 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와달라는 전화였다. 자기가 살던 집에  있던 자기 짐을 주인이 다 밖에다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짐을 좀 가져다 교회에 둘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가서 도와줘야 하는 건지 나 몰라라 해야 하는 건지?  

한참을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가리켜준 장소에 가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안내로 짐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밖에 버려진 짐을 보고 나는 놀랐다. 그 짐 모두가 쓰레기라고 해야 할까 모두가 버려야 할 물건들이었다. 낡은 선풍기, 다헌이불, 버릴 옷가지, 다 낡은 화장대 등등 정말 필요없는 물건들뿐이었다. 그녀는 주인이 사는 집을 향해 욕을 하면서 소리소리 지르고 옆에 있던 어떤 분은 저 여자가 정신병자라고 말들을 하고...여러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수근대는 것 아닌가. 나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냥 서 있다가 순간 아! 저 여자 미친 여자구나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슬며서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더 이상 그녀를 도와줄 마음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을까 추수감사주일을 며칠 앞두고 한 장의 낯선 편지를 받게 되었다. 생각없이 열어본 편지 안에는 100불짜리 지폐가 들어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한 문장의 글이 써 있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목사님의 친절 잊지 않겠습니다. 이 돈 하나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편지를 읽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거지가 낸 감사헌금! 뭐가 감사했겠나? 도와달라는 외침을 외면한 나였고, 샤워 안한다고 그 추운 날씨에 교회 밖으로 내 쫓은 나였는데..... 그게 감사의 조건이었나? 그 자그마한 것에도 감사하는 거지에 비해 나는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나는 무엇에 감사하였나?

문득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저희는 다 풍족한 중에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구차한 중에서 자기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막13:44)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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