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정 안에서의 시간과 거리가 무척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자신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가르치려는 듯 여기 저기 갈등을 만들고, 상처를 입히고 다닙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과 맺는 견고한 관계가 중요한데,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존감을 말합니다. 타인들이 기대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신을누구보다 가치롭게 여기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포함한 고유한 특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을 리센터링하고,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많은 단점과 실수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가면 뒤에 숨지 않아도 되기에 한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욱 그 거리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결혼을 하거나 가까운 사이가 되면, 상대가 자신의 마음 같기를 바라고, 내 맘을 나보다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짐작하고, 상대가 약속하지도 않은 기대를 하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독립적인, 개별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에게 무의식적인 역할을 기대하지 않게 됩니다. 사람은 기대한 만큼 실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조절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때 존중하게 되고, 인정하게 되고, 서로를 바라보는 공간이 생깁니다.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갈등은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마치 6자를 눕혀 놓고, 한 쪽에서는 6이라고 우기고, 반대 쪽에서는 9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갈등을 만드는 그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마치 깊은 우정을 쌓은 고객처럼 여기는 자세가 관계를 더욱 윤이 나게 합니다. 고객의 필요를 재빨리 파악하고,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고객을 감동시킵니다. 여기서 꼭 기억할 것은 부부 각자가 서로에게 고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상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을 ‘name-calling(비난’)이라고 합니다. 이는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불쾌감과 상처를 줍니다. 때때로 사실이라고 믿는 진실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상대의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되기도 합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사랑의 거리는 더 멀어집니다. 이는 부부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너무 밀착되어 있거나 너무 분리되어 있으면 서로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적당한 거리는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행복지수에 결정적 역할을 하므로 일상에서 상대를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감과 교감이 바탕이 된 신뢰가 우선입니다. 혹, 상대가 공격적으로 대한다고 해도 상대의 태도에 방어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그 말에 숨겨진 숨은 요청을 찾을 줄 아는 배려가 부부관계를 이어가는 힘입니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실천하고,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주님의 마음을 닮은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랑의 마음은 헌신하게 하고, 단점을 덮고, 장점을 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입니다.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자녀들이 미래를 꿈꾸고 사랑을 배웁니다. 부부의 행복은 부부 서로의 노력으로 드리는 거룩한 예물이고, 결혼의 사명입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닥친, 팬데믹의 위기 상황은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저주가 될 수도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를 장애물로 삼느냐 디딤돌로 삼느냐는 각자가 선택하고 책임질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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