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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만한 세상입니다

06/07/21       박효숙컬럼

참 살만한 세상입니다


 연초록의 물결로 넘실대는 신록의 계절, 5월입니다. 팬데믹에 시달리느라 지친, 메마른 영혼들조차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연초록의 향연에 시름을 풀어 놓습니다.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산길을 가다가 꽃이 너무 예뻐서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그만 늪에 빠졌습니다. 몸에 힘을 주고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리는 늪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어 갔습니다. 안타깝게도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이때 순간 지혜가 떠올랐습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늪에 몸을 맡기고 빠져나올 방법을 찾았습니다. 

 

상담학에 ‘근원적 수용(radical acceptanc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자신의 내면의 상처와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님의 눈으로 사랑스럽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경험을 통해 좋은 것은 기쁨과 만족으로 받아들이고, 싫은 것은 세상을 견딜힘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약간은 도전적인 훈련이지만 자유로워지는 훈련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삶에 공허감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공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늪에서 빠져나올 때처럼 허우적거리면 더 깊이 빠져듭니다. 힘을 빼고 마치 늪을 끌어 안듯이 자신의 실체를 느끼면, 그 때부터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공허합니다. ‘공허’는 일반적으로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만, 심리적 차원에서는 고통, 불편, 극심한 슬픔을 의미합니다. 개인적인 좌절감, 힘든 어린시절로부터 오는 고통, 실패, 심지어는 스트레스 및 불안한 상태가 이어집니다. 이때 생기는 공허를 메우려고 술이나 약물, 혹은 음식, 혹은 인간관계에 집착합니다. 일에 빠져 일 중독으로, 어떤 때는 연약한 자기를 숨기기 위해 보호막 안으로 숨어드는 종교중독으로 위장하기도 합니다. 

 

 사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언가를 좋고 싫다는 판단 없이 그대로 경험한다는 건 자아가 새 파랗게 살아 있어서 더 어렵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화 과정을 통해 가면에 익숙해져 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통해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세상 사람들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이 생깁니다. 자신의 내면의 아픔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통해 존재 이유와 화합해야 하는 이유를 비로소 터득해 갈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늪에 빠지는 것 같은 피하지 못할 사건들이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금 이 순간에만 온전히 머물 수 있는 한계를 지닌 인간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자신의 잠재되어 있는 생각의 힘을 활용하여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어리게 생각하고, 상처투성이 이고, 철없이 생각했던 ‘웅크리고 있는, 작은 나’를, ‘창조적인 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놀라운 나’로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면, 우리들의 삶의 지경은 변화를 시작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사랑받아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결핍된 존재라는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생각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욕구입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마음, 그때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인식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은 생각에 따라 달리 반응합니다.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가치롭게 반응하고,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무가치롭게 반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자기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이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지 않고, 자꾸 재촉하고, 좀 더를 요구하고,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결과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무엇이 되어야 만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글을 쓰다 우연히 올려다본 5월의 하늘이 눈부십니다. 마치 마음 속 깊이 들여다보고 미소짓는 듯합니다. 서로 말을 건넨 적은 없지만 마치 그 동안 펜데믹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수고를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 끄덕이며, 시원한 바람을 실어다 풀어놓습니다. 

 

참 살만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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