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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꽃보다 열매

06/12/21       한준희 목사

이야기 꽃보다 열매


 우리 가족은 6남매이다. 남자 3형제, 여자 3남매이다. 20대 성인들이 되자 남자는 남자들 방이 따로 있었고 여자들은 여자들 방이 따로 있었다. 밤 10시가 넘도록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으면 아버지께서 이제 늦었으니 너희들 방에 가서 자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모두들 투덜거리면서 제 방으로 간다. 그리고 잠자는 시간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조금 후에 여자들 방에서 깔깔대고 웃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하는지 밤 늦은 시간에도 재잘대는 소리, 웃는 소리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잠자리에 들었던 나도 짜증이 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 아들을 학교에 보낼 시기쯤 되었을 때 같은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동네에 8명이나 되었다. 다 나이들이 비슷비슷했다. 이 젊은 엄마들은 애를 학교에 보내 놓고 동네 마당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그 장소가 바로 우리 집 뒷마당이었다.

 

 새벽기도를 다녀 온후 잠깐 눈을 부칠 그때 이 엄마 부대들의 이야기가 창문을 통해 내 침실로 들어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해도 그냥 들려지는 소리가 내 귀로 들어온다. 한 엄마가 이야기하면 그게 주제가 되어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다가 누군가 TV드라마 이야기로 전환되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주인공을 매 몰아치게 욕을 한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의사를 해, 인간도 아니야 한동안 드라마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가 누군가 골프이야기로 주제를 바꾸면 모두 골프 이야기로 열을 올린다. 듣고 있던 나는 정말 짜증이 난다. 이야기에 주제도 없이 그냥 나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수다이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벌써 2시간째 계속된다. 나는 그때 여자들 3명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 사실을 더 배웠다. 여자들은 이런 뜬금없는 이야기를 통해서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남자들은 이해를 잘 못한다. 남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왜 그 이야기를 하는지, 뭘 원하는 이야기인지, 목적이 뭔지 말하는 의도가 분명하다. 말에 목적이 불분명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면 등신 취급 받기 일쑤다.

 

 그런데 나는 요즘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 남자들도 여자들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닮아 간다는 사실이다. 나이든 남자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가 많은지 몇 시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는 남자들이 많다. 그 남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있으면 거의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다. 남자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정치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군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TV드라마 이야기, 건강 이야기, 이민교회 이야기들인데 거의가 다 봉창 두드리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남자들도 이야기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해야 속이 풀린단다. 하기야 이민 사회에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남자들도 무척이나 외로웠던 모양이다. 맞는 말이다. 외롭지 않으려면 말을 해야 한다. 말을 하면 우울증도 치료된단다. 그래서 세상사가 서로 말을 하도록 되어 있나 보다.

 

 그런데 목사님들도 말이 많다. 교회에서 설교로 충분할 텐데 밖에 나와서도 말을 많이 한다. 사실 목사님들의 이야기 속에는 배울 것들도 많고 지혜도 얻게 된다, 그래서 좋다. 좋은 분들과 진한 커피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기쁨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유익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 이하의 이야기, 다 아는 이야기를 뒤늦게 알고 열변을 통하는 목사님들 때문에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트레스가 되게 하는 분도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말을 적게 하라, 지혜롭게 하라. 듣는 것이 복이 있다고 한다. 왜 말을 조심스럽게 하라 했을까? 아마 이 말들 때문에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문제가 더 많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함으로써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해석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더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자기가 그린 그림으로 기쁨을 얻지만 그 그림을 보고, 해석하고 작가의 의도를 파헤치는 사람은 더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 했나 보다.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정들이 담겨 있어서 좋다, 그것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든 중요한 결정이 되는 이야기이든 이야기 속에는 늘 사람의 지혜와 정이 담겨져 있기에 좋다. 하지만 목사님들은 이야기의 결론을 하나님에게로 마무리 되었으면 어떨까, 예수님이 이야기에 핵심이 되어 있으면 우리들의 이야기는 잘 정화되어 큰 열매로 맺혀지는 은혜가 있지 않을까 보인다.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고루게 함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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