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서 시간이 지나며 제일 변화가 많이 찾아오는 것은 발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아이가 처음 태어나던 날, 아기의 발가락이 그렇게 예쁠 수 없었습니다. 무슨 과자 같기도 하고, 과일 같기도 하고.. 지금 17살 사내 아이의 발, 고약한 냄새와 더불어 뭉툭하고 뭉그러졌으며 발톱은 마치 공룡의 화석과 비슷합니다.
발의 모양이 곧 삶의 모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삶이 힘들면 힘들수록 발의 형태 또한 일그러져 그 힘듦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여기까지 허둥지둥 걸어오는 동안 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발의 수고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굵은 핏줄이 툭 불거진 고단한 발등과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은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그 동안 늘 함께 걸어가 준 발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하루 종일 힘들었을 발을 축복합니다. 저 밑바닥에서 무거운 체중을 견디어 내며 이러 저리 다니며 참 고생한 발을 축복합니다.
그러고 보니 손도 참 수고를 많이 하네요. 손은 열심히 일할 때 아름답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악수를 해보면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도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대략 알게 됩니다. 손이 바로 인간의 마음의 거울이자 삶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제 딸 아이가 제 손가락을 꽉 쥐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제 손가락 한끝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아 내가 아빠구나.. 나도 내 아버지의 손을 꽉 잡고 싶습니다. 손과 손이 모아지면 기도가 됩니다. 새벽 일찍 기도하러 가신 어머니는 늘 손을 모아 기도하셨고, 모아진 손은 저와 제 동생을 위한 간구였습니다.
수많은 발들이 모인 곳이 교회이고, 그 교회에서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네 맞습니다. 교회는 기도의 집입니다. 기도로 나를 씻으며, 이웃을 축복합니다. 그렇게 우리 교회는 오늘도 세워져 갑니다. 우리 후손들이 이 기도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도 묵묵히 수고한 발들을 축복하고, 모아진 손들의 기도를 들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렇게 또 한 주간을 기대하며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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