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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수룩한 목사로 살아 보자

10/18/21       한준희 목사

좀 어수룩한 목사로 살아 보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목사 님 한 분이 계신다. 키는 크지만 멋이라고는 ‘빵점짜리’ 목사님이 시다. 넥타이를 매도 도대체 양 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 운 넥타이를 매고 다니고, 면도를 하면 좀 깨끗하게 해야지 듬성듬 성 잘리지 않은 털이 턱 주변에 한 두 개씩 보일 때마다 내가 신 경이 쓰여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 더욱 피곤하게 보이는 것은 긴 코 털이 밖으로 삐쳐 나와 볼 때마다 지적을 해주곤 한 적이 몇 번 있 었다. 어디 그 뿐인가? 말은 왜 그 렇게 느린 지 정말 같이 있으면 답 답해서 짜증이 날 정도로 답답하 다. 사람이 좀 맺고 끊는 것이 있 어야 하는데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뜨뜻미지근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분이 목회를 잘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제 법 크다. 성도들도 천 명이 넘는 중형교회를 목회하고 계신다. 그 뿐 아니라 주변에 친구들이 이분 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 구 목사님들이 많다. 정말 모자라 도 한참 모자란 목사님에게 사람 들이 몰린다. 내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반면 나는 거의 완벽주의자다. 오랜 세월 직장생 활 속에서 철저한 계획과 스케줄 에 맞춰서 하루하루 일을 하다 보 니 글자 하나 틀린 것도 용납이 안 된다. 더욱이 비서생활을 하다 보 니 실수란 용납이 안 되는 삶이 내 몸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 간 길을 잊어버리지 않고 한번 인사를 나눈 사람의 이름은 반드시 기억해 놓는다. 이런 나의 성격으로 목회를 시작할 때 난 철 저하게 1년 단기 계획, 10년 장기 계획까지 세워 놓고 그 계획에 따 라 새벽기도회, 심방, 전도 등등 모든 것이 그냥 대충 넘어가기 않고 철저하게 목회를 했다. 그뿐 아니라 무슨 일을 하면 완 벽에 가까운 계획과 행정으로 일 을 추진해 나가기 때문에 속된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다 보니 나와 함께 일하려는 사람들 이 많지 않다.

내가 나서면 모두들 뒷전으로 물러선다. 흠잡을게 없다 보니 주위에서 충고해 주는 사람도 없다. 나의 이런 성격 때문에 목회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 은 지는 몇 년 안 된다. 목회뿐만 아니라 주위에 친구 들도 많지 않았다, 좀 털털한 부 분이 있어야 도움도 받고 충고도 들을 텐데 너무 완벽하다 보니 친구도 가까이 오지 않고 성도들도 나만 보면 피한다. 내가 불꽃같은 눈으로 성도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니 성도들도 오지 않고 친구들도 가 까이 오지 않는다. 일은 잘 하는데 사람관계가 좀 피곤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이런 나와 같은 목사들이 의외로 많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찌 나 똑똑한 지 내가 말을 들이 댈 틈이 안 보이는 목사가 많다는 것 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목사들이 외로움을 호소한다. 즉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 도들 앞에서는 선생이 되어야 하 고 목회자로서 권위도 있어야 하 니 성도들 앞에서 멍청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이 목사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성경에 대해서도 모르면 목사로서 자격박탈이다. 그러니 억지주장 이라도 해 놓고 봐야 하니 어떻게 어수룩한 모습으로 대할 수 있겠 느냐 말이다. 이제 나이가 좀 들다 보니 깨 달은 것이 있다. 이제 알아도 아 는 체하지 말자, 모르는 체하면 옆 에서 친구들이 별 이야기 다 해준 다. 그 이야기 들어주니까 친구도 생긴다. 성도들 심방가면 설교 외 에는 말하지 말고 성도들 이야기 들어주자, 하기야 사업에 대해선 그들이 목사보다 월등하니까 들어 주는 것이 심방의 최고의 효과라 는 것을 알았다. 이제 교회 일, 노 회 일, 교계 일 모르는 척하자.

성도들이 알아서 하든 말든 그냥 망해도 간섭하지 말자. 간섭했다가 는 또 완벽주의적 성격이 나온다, 그러니 뒷전으로 물러서서 박수나 보내자. 노회 일이나 교계 일도 모른 채 간섭하지 말자. 답답해도 모른 체하는 것이 간섭하는 것 보 다 낫다. 누군가 쓴 글을 퍼온 글인데 나에게 극히 공감이 가는 글이다. “너무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마세요.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 가 살기 어렵고 너무 완벽한 사람 에게는 친구보다 적이 많습니다. 좀 팔푼이 같은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보다 잘난 사람보다 좀 모자란 듯한 사람에게 더 호감 을 갖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너무 완벽해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존경의 대상은 될 수 있 을지 몰라도 사랑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예로부터 지 나치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어딘 가 좀 부족한 듯한 사람은 그 부족 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사람이 옆 에 몰려들지만 결점이 하나 없는 완벽한 사람에게는 함께 하려는 동지보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이 많답니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 고 그냥 바보처럼 살아 보십시오. 그래서일까? 요즘 좀 멍청해지 니까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성도 들이 목사를 좋아하는 것 보니까, 내가 이제 좀 철이 든 것 같다. 아무 일이든지 다툼이나 허영으 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 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 고(빌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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