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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귀한 사모에게 빚진 자

10/27/21       한준희 목사

귀하고 귀한 사모에게 빚진 자


오늘도 우리 집사람은 기도하러 교회를 갔다

그 시간 나는 인터넷을 통해 예능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사모는 기도하러 가고 목사는 오락 프로그램을 본다고 하면 성도들은 뭐라 할까?

 

언젠가 늦은 시간에 뇌출혈로 쓰러진 목사님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늦은 시간에 사모님이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목사님도 힘들겠지만 사모님도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그런데 같은 병동에 내가 아는 장로님이 입원해 계신다기에 겸사겸사 그 병실에도 들렸다역시 장로님 옆에 연약한 부인되시는 권사님이 계신다장로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종일 옆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오늘도 장로님 옆에 놓인 의자에서 같이 잠을 잔다고 한다.

 

자식들이 6명이나 있고 다들 시집장가를 가서 며느리 사위들도 있는데 정작 장로님 병간호는 부인되시는 권사님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다먼저 들린 목사님 병실에도 교회 성도들자식들 모두 낮에 다녀갔다지만 끝까지 남아 있는 분은 사모님이시라는 것을 느끼면서 결국 내 인생에 끝까지 옆에 있어 줄 사람은 가장 친하다는 친구도 아니고 그렇게 귀하게 키운 자식도 아니라 늘 함께 하는 사모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개척 초기부터 교회 재정이 어렵다 보니 사모가 일을 해야 했다그리고 보니 안 해 본 것이 거의 없다야채가게에서의 막일생선가게네일가게세탁소식품가게 캐셔사무직은행일 등등 닥치는대로 일을 하면서 주일이면 성도들 점심식사 준비까지 쉴 틈이 없이 일만 했을 뿐 아니라 시간 만 생기면 교회가서 기도하면서 지냈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목회하는 사위를 둔 딸이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수시로 돈을 보내준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보니 이제는 장인 장모에게 얼굴 볼 면목도 없다그러면서도 목회에 대하여 한마디 하는 사모가 늘 못마땅해서 교회 성도들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사모에게 쏘아 붙인 적이 얼마나 많았던 가. 한국에 집회 요청이 와서 한국에 가면 늘 혼자 간다총회라는 명분으로 한국에 갈 때도 혼자 간다이유야 그래도 사모마저 주일에 교회를 비울 수 없으니 사모는 교회를 위해서라도 한국에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이 핑계라면 핑계일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단기 선교다. 세미나다 하면서 해외로 갈 때나 지방으로 갈 때도 늘 혼자 간다사모는 이렇게 자유 분망하게 다니는 남편 목사를 위해 잘 다녀오시라고 뒤에서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았다나는 정말 사모에게 빚진 자임에 틀림이 없다.

누군가 남자는 철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나 역시 이제 철들었다고 생각해 보니 벌써 노인이 다 되어 버렸다왜 이렇게 귀한 사모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불평불만만 쏟아 내었을까.

 

정말 목회가 그렇게 귀한 사명이기에 사랑하는 아내마저 희생시키면서 목회를 감당했다고 하지만 목사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남편으로써 제 아내 하나 제대로 사랑하지 못 하고 가정에서마저 제구실을 못한 목사가 과연 하나님의 일을 잘 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 목사일까.

그래도 기름부음을 받은 하나님의 종이기에 말씀을 전하는 자로 강대상 위에서 말씀을 전한다고 하지만  그 설교를 듣고 있는 사모의 심정은 가슴 찢어지는 탄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알랴. 사랑하라고 설교 해 놓고용서하라고 설교 해 놓고남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라고 설교해 놓고 정작 가장 귀한 사모에게는 눈길도 한번 안주고손 한번 잡아주지 않고포옹은 아예 사라진지 오래이고 그저 말 한마디 따듯하게 안하면서 눈하나 깜짝 안 하고 설교하는 남편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는 사모는 정말 위대하다.

 

그래도 내 남편 목사이기에 오늘도 또 덮어주고이해해 주고용서해 주는 사모를 보면서 어쩌면 이 시대에 예수님 닮은 가장 위대한 사람이 아니던가. 사모가 쓰러져 병상에 누워 있자니 남편되는 목사는 그래도 하루에 한번씩은 얼굴을 들여다 보고 위로한다고 하지만많은 목사님들은 사모를 병상에 두고 제 볼일 다보고 다닌다도대체 교계 일이 뭐가 그렇게 많고 중요하다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 옆에 단 몇 시간을 같이 있지 못하는 목사그래서일까 병원에 누워 있는 사모 곁에 함께 누어 밤잠을 자면서 간호하는 목사가 안 보이는 이유가 거기 있나 보다

 

어쩌면 천국에 가면 사모님들은 황금 면류관을 쓰고 주님 옆에 계실지 몰라도 목사님들은 저 천국 문밖 뒤뜰에서 멀리 주님을 바라보는 자리에 가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잘 하자사모에게... 어쩌면 이 땅에서 마지막 내 옆을 끝까지 지켜줄 사람은 오직 하나 내 사모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라결단코 잊지 말자귀하고 귀한 우리 사모들을.......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기를 주심같이 하라(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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