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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 폭포의 오리

12/01/21       박효숙컬럼

나이아가라 폭포의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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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편이 목회지를 뉴저지에서 빙햄턴(Binghamton)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친구 목사님 몇 분이 이를  축하해주시기 위해 부부동반으로 빙햄턴에 오셨고, 그분들과 함께 빙햄턴에서  3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캐나다 국경지역의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를 관광하기 위해, 버팔로를 지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갔습니다.

 

자동차에 동승했던 목사님 중의 한 분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을철이 지나면 수많은 오리 떼가 찾아오지요. 캐나다 북부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으로 온 오리들입니다. 오리들은 물과 먹이가 풍족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봄까지 지내다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돌아가지 못하고 폭포에 빠져 죽는 오리들이 생기지요.

 

그 이유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떨어지기 몇 십 미터 전까지는 물결이 잔잔하여 요동을 느낄 수  없어서, 오리들은 이 잔잔함에 속아, 시름을 잊고 평온하게 물장구를 치고, 먹이를 잡아먹고, 신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갑자기 물살이 빨라지면 깜짝 놀란 오리들이 재빨리 벗어나려 하지만 급류에 휩싸여 그대로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게 된답니다.

 

알다시피 오리는 헤엄을 칠 수 있는 물갈퀴가 있고, 물에 뜨는 부력도 있지요. 심지어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날 수 있는 비행능력도 있어요. 그러나 평온함의 함정에 빠지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생명을 잃게 된답니다. ”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까이 이르면, 그동안의 평안함은 사라지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가속도가 붙은 물살 때문에 오리가 제 구실을 못한 채 빠져 죽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오리들이 잔잔한 물가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너무나 평온해 보이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살아가는 오리를 보면서, 우리네 삶의 여정과 닮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짠 해졌습니다.

 

고통이 주는 축복도, 기도의 응답인  평화도, 의식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의식적으로 늘 깨어 있어 위험을 알리는 은밀한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울림이 있는 메세지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어느 날, 나이아가라의 폭포의 오리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고난을 맞기 전에, 들리는 것만 듣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을 수 있는 귀, 보이는 것만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함을 알아차렸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눈과 손은 스마트폰에 가 있고, 귀에는 이어폰이 끼워져 있습니다. 기도해야 하는데, 입으로는 계속 무언가 씹고, 먹으면서 “왜 나에겐 하나님의 음성이 안 들리지요?” 하며,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의심합니다. 또 간혹, 내 속에서 들리는 삶의 욕구와 요구들을 하나님의 음성이라 잘못 인식하여 실패하고는,  ‘하나님 탓’으로 돌립니다.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분주하고 힘든 일, 삶의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에 잠겨 헤어나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처럼 나이아가라 폭포의 오리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위로하시고, 깨어 기도하라고 알려주시는 음성이 있어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지고, 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모인 우리들은 그동안의 목회 안에서의 시름과 고난들을 다 잊은 듯 차안에서 하하 호호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마치 천국잔치에 초대된 것 같은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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