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다.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나는 시골 깡촌 강원도 화천에서 고된 군생활을 하였다. 서울 촌놈이 모내기를 한번 해 보았나, 낫질을 해 보았나, 싸리나무가 뭔지, 고사목(枯死木)이 뭔지 알 턱이 없었다. 한마디로 고문관 중에 고문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참들에게 매 맞는 것쯤이야 견딜만 했었는데 부대원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일은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자살로 나의 억울함을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미수로 끝나버린 것이다.
그런 생활을 어쨌든 잘 감당하여 제대를 하였고, 제대복을 입고 춘천으로 내려오는 나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었다. 그 힘든 군생활 3년을 잘 견뎌내었다는 감격도 있었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자체가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그때 난 스스로 고백했었다, 내가 제대를 했다는 것은 기적이다. 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기적이다. 라고....
세월이 흘러 난 목사가 되었고 미국 땅으로 건너와 이민 목회를 하면서 숫한 어려움이 나를 엄습하였었고, 이제 내 목회는 끝났다. 라는 절망과 좌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무렵, 내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기억되고 있는 TV 드라마 한편이 있었다.
기적이란 드라마인데 주인공이 당시 중견 탈렌트 장용씨로 기억된다. 주인공은 방송국장으로 직장 일에 바쁜 삶을 살면서 집안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자식들이 어느 고등학교를 들어갔는지, 아내가 파마를 했는지, 몸이 아파 병원을 갔는지 관심이 없다. 오직 직장 일에만 전력하는 사람이다, 어느날 아내에게 전화 한통이 온다, 남편이 쓰러져서 응급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것이다.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그는 그 이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휠체어의 삶이 시작된다.
그때 남편이 마지막 장면에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죽지 않고 산 것만도 기적이지 뭐“
아내가 대답한다, “당신이 가정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더 큰 기적이지 뭐”
군에서 제대하고 평범한 가정으로 돌아왔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 직장보다, 병든 삶보다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기적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때부터 나는 어려운 목회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다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난 모든 것을 기적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목사가 되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다. 그 기적이 없었다면 난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에 온 것도 기적이고, 지금까지 27년 동안 엎치락뒤치락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같은 목회를 하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고, 매일 공원을 걷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고, 공원을 아내와 목사님들과 걸으면서 그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기적일 뿐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살아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기적임을 실감한다.
나는 인생을 사는 방법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기적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은 모든 것을 기적을 알고 사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왜 물위를 걷는 기적이 없느냐고 한탄하고, 왜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 없느냐고 불평한다. 하지만 지금 이 땅에서 걷고 있다는 자체를 기적으로 볼 수는 없는 걸까, 꼭 물위를 걸어야 기적이고, 바닷물을 가르고 걷는 것만을 기적으로 본다면 어쩌면 평생 기적은 찾아오지 않을 것 아닌가,
성령의 능력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만 기적이고, 귀신을 쫓아내야만이 기적인가, 내가 병들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고, 내가 귀신에 사로잡혀 살지 않는 것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못하는가,
큰 교회를 목회하는 것, 분명히 기적이다, 은혜받은 성도가 수백만불을 헌금 한 것도 기적이다. 그럼 작은교회를 목회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고 뭐라 해야 하나, 단돈 10불의 헌금을 드린 그 믿음을 기적이라 볼 수 없다면 그 믿음은 무엇이라 말을 해야 하나,
작은교회를 하고 있는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고, 그 예배에 참석해서 10불이라도 드릴 수 있는 성도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기적 아닌가,
사람들은 지나간 다음에, 잃어버리고 난 후에 그것이 기적이었다는 사실을 꼭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 응급으로 병원에 실려 간 이후 내가 이렇게 걷고, 맛있는 것 먹고, 입맛이 살아 있고, 소화 잘 시키고, 대소변 잘 보고 있다는 이 사실이 기적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병원에 누어서야 깨달았으니, 어쩌면 잃고 나서라도 기적임을 깨달았다면 지금 숨쉬고 있는 것조차도 기적이고, 지금 걷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병원에서는 단 하루를 더 살기 위해 가뿐 호흡을 몰아 쉬면서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저 병원 밖에서 마음대로 활보하면서 호흡하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저들이 얼마나 큰 기적 속에서 살고 있는지 그들은 너무나 크게 실감하고 있지 않을까,
기적이라고 믿어지다 보니 살아가는 모든 것이 기적 아닌 게 없지 않은가,
하루하루 시간시간 기적의 연속이 당신에게도 실감되어지는 한해가 되길 기도해 본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라면 내 삶에 당연한 것이 없네, 고르고 골라 내게 주신 것이라면 내 삶에 버릴 것은 전혀 없네......(복음송, 이상현: 작사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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