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타난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몸도 마음도 어수선하여 외출을 자제하니 독서할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분주한 일상으로 책꽂이에서 잠자고 있는 박노해 시인의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시를 붙들고 며칠을 서성였습니다.
어두운 세상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마치 나 자신의 마음 속을 향해 소리치는 외침처럼 들렸습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시를 짓고, 시가 사람을 짓는 것 같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읽어 내려간 시 한편,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만나자마자 그동안의 삶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길을 찾아 나선 사람에게 길은 이미 열려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희망이 되고, 길이 되고, 좋은 세상이 되는 사람’ 이 자신이라고, 힘을 내라고,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서성이며 멈추어서 있는 내게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어떤 뾰족한 답을 기대했는데, 희망은 삶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걱정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고, 너무 속 끓이지 말고,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살아가자고, 이만큼도 충분하다고,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깨달음, 그 원인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것들로부터 기인되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자신이 맞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는 생각, 그 생각의 끝에서 만나, ‘내 생각이 맞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라고, ‘단지 다를 뿐’이라는 사고의 확장이 시의 울림으로 들렸습니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사람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참 좋은 사람이 되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는 당당함이 필요합니다. 당당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하기 위한 노력은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의식적인 관심을 말합니다.
자신의 원함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 지를 알아차리고, 그 필요를 채워 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타인의 목소리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되고, 삶의 에너지를 쓸데없는 것에 소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면의 소리와 몸부림에 즉각 반응하고,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꼭 지켜주겠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곳은 안전하다고, 진정 어린 목소리를 담아 표현해주어야 합니다.
내면의 소리가 힘을 얻을 때 자신의 독특하고 유일한 자아가 드러나고, 자기 역할에 자신감을 얻고, 매사에 충실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영혼에 잇닿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벽이 오려면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나야 합니다.
가장 어두운 밤을 누군가는 고통이라고 이름 짓고, 누군가는 도전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희망을 꿈꾼다고 합니다. 꿈은 사람에게 현실을 딛고 일어설 힘을 실어 줍니다.
지금 우리에게 희망은 무엇일까요?
비록 우리가 어두운 밤 가운데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한 세상에 사로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내면의 아이를 돌려 앉혀서, 함께 손잡고 가자고, 어두워서 안 보이는 것뿐이라고, 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힘주어 설득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면, 설득당하는 세상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희망을 말해도 행복하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알아가고, 사랑해야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그런 움직임이 희망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 편의 시가 얼어 있던 마음을 녹여 졸졸 시냇물을 내었습니다.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진리, 자신이 희망이고, 좋은 세상이라는 믿음, 그 희망이 지금 여기부터 시작되고, 이어져 큰 강물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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