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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길에서- 봄길에게 길을 묻다

03/31/22       박효숙컬럼

봄 길에서- 봄길에게 길을 묻다


완연한 봄 입니다. 진홍빛 철쭉과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고, 강가에 아지랑이가 안개처럼 올라오는 봄입니다.  양지 바른 땅에는 쑥향기가 나고, 목련꽃과 개나리가 리듬을 타고 피어나고, 모든 생물들을 흔들어 깨우는 새소리도 정겹습니다. 

따사로운 햇빛은 말없이, 겨울 같은 봄은 어서 가라고 등을 떠밀고, 꽃송이를 머금은 나무가 다칠까 살살, 툭툭 바람으로 건드리며 봄을 알립니다. 

오랜만에 숲으로 나 있는 봄 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자신 안에 있는 생각들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보았습니다. 초록의 연한 잎들이 몸을 흔들며 반기는 봄 길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가 가득한 고향 같습니다.  

봄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며, 정호승 시인의 ‘봄 길’을 떠올려봅니다.   

 

     봄 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 길은 살다가 힘들고, 버거울 때 늘 힘이 되어줍니다. 치유가 있는 곳에는 어디나 봄 길입니다. 그래서 봄에만 봄 길이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봄 길은 ‘더 이상 붙들지 말고, 놓아버리라’고 부드럽게 말합니다. 

‘서두름도 분주함도, 봄 길 위에 올려놓으라고, 뛰지 말고 걸어가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합니다.  

‘가끔 못난 생각들이 방해할지라도 씩씩하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응원의 글도 보냅니다. 

‘느리게 가도 괜찮다’고, ‘더뎌도 제대로 가면 된다’고, 꽃잎 한 사발 푹 퍼서 길 위에 뿌려주며, ‘괜찮아 괜찮아, 어깨를 펴고, 가고 싶은 길로 맘대로 가라’ 합니다. 

나도 모르는 내가 알아들었다는 듯 깊은 마음 속에서 바람소리를 냅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이 봄에는 제비꽃 소복하게 피어 있는 봄길에서 만난 생각들이 개나리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 꽃을 피우길 기대해봅니다. 

‘완연한 봄’에서 ‘완연’이 ‘눈에 보이듯이 뚜렷하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봄길에서 찾아 낸 생각조각들이 ‘눈에 보이듯이 뚜렷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좋은 관계를 맺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을 만들어 가는, 그래서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 가는 사람’ 이 되어진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심이고 싶은, 내 안의 내가 고개를 들고, 봄 길을 바라봅니다.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토닥토닥, 봄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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