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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05/07/22       이계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


고등학생 때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알게 된 그림책이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 라는 제목의 책이다. 책은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1964 발표한 그림책으로, 그루의 사과나무와 어린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성장하여 노인이 될 때까지 번번이 나무를 찾아와 자신의 필요를 채워달라고 요구하였고, 그럴 때마다 나무는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남김없이 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순한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지만 어른이든 아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며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 온 그림책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비슷한 존재가 필자의 동기간 중에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60중반이 된

하나 밖에 없는 언니다. 원래 우리 동기간은 6남매(3+3)였지만 첫째와 둘째인 두 오빠와

셋째인 큰 언니가 먼저 천국으로 이사를 간 터라 지금은 넷째인 언니(오늘 이야기의 주

인공), 다섯째인 필자, 그리고 여섯째 막내인 남동생만 남아 있다. 언니는 6남매 중 넷째로 태어

났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열 다섯 살 때부터 우리 가정 경제의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시작했

. 부모님이 안 계셔서 소녀 가장이 되었던 것이 아니다. 비록 무명의 화가였지만 뛰어난 재주를

여럿 가지셨던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는 일에는 역부족 이셨고, 어머니는 어떻게든 아버지 대신

경제적인 필요를 채워보려고 애를 쓰셨으나 그 분야에선 소질(?)이 없으셨던 것 같다. 그러다 보

니 당시 언제 끝날 지 모를 긴 방황의 터널에 머물고 있었던 큰 오빠, 군대에 가 있던 작은 오

빠와 큰 언니 대신 가족의 생계에 대한 막중한 짐을 넷째인 작은 언니가 지게 된 것이었다.

 

언니는 주경야독을 했지만 공부보다는 가정을 돕겠다는 마음이 커서인지 돈 버는 일에 더 집중

했던 것 같다. 장녀도 아니었지만(종종 장남이나 장녀가 가장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부모처럼 동기간을 위해 끝없이 자신을 내어 준 언니, 언니의 희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대

로 묻어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렇게라도 일부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언니의 희생으로 가족들의 많은 부분이 채워졌지만 그 중 으뜸되는 것은 막내 남동생을 전적으로

뒷바라지 한 것이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막내 남동생이 명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하고, 대학교수가 된 것,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중견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누나(언니)의 기꺼운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필자와 남편, 아이들 역시 언니(처형,

이모)로부터 받은 사랑이 크다. 일일이 나열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만큼.

 

자기 몸을 태워 녹여가며 빛을 내는 양초처럼 언니는 부모님과 동기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모든 것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언니 인생에 많은 좋은 것으로 복을 주실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언니는 필자보다 늦은 서른 후반에 결혼을 했고, 아들 J를 낳았는데 발달장애가 있는 것을 늦게야 발견했다( 1 여름방학 때 필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후 J는 학교교육과 장래를 위해 부모 곁을 떠나 뉴욕 이모(필자)의 가정으로 와서 지금까지 16년 째 한 가족이 되어 지내고 있다.

 

언니는 가족을 위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고 싶어했다. 그렇다고 언니와 형부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형편은 아니다. 언니 역시 연약하고 상처 많은 한 영혼이었기에 원치 않는 지독한 우울증의터널을 두 번이나 통과해야 했다. 그런 언니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필자 역시 함께 고통의 시간들을 겪어내야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변함없으신 은혜와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있으셨기에 언니는 더욱 성숙해 진 믿음의 사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소년이 와서 자기의 필요를 구할 주저하지 않고 주었다면, 

 

언니는 구하지 않아도 먼저 자원하여 자기의 것을 내어 놓았던 사람이다

 

작년 여름, 평생 옆에서 챙겨드리고 돌봐드렸던 친정 어머니가 하나님 품에 안기심으로 마침내

언니는 지난 50년 동안 짊어지고 온 가장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시간표에 따른

일이었다. 언니는 부모로부터효녀상을 받기에 충분한 딸이고, 동생들로부터장한 언니(누나)받기에 넉넉히 충분한 사람이다. 어느 기관에라도 해당되는 분야가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존재이다. 그러나 적절한 기회를 얻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글로나마 전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소년이 와서 자기의 필요를 구할 때 주저하지 않고 주었다면, 언니는 구하지않아도 먼저 자원하여 자기의 것을 내어 놓았던 사람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언니는 요즘 통화를 할 때마다 필자에게 간증하기에 바쁘다. 하나님이 일마다 때마다 주시는 은혜가 너무 크고

감사하다고, 어쩌면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예비해 주시고 인도해주시는 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감사의 고백을 한다.

 

이 모든 것이 언니의 희생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갚아주시는 것임을 언니도 나도 확인하고 있다.

언니가 기도하고 있는 중요한 기도제목 하나가 아직 남아 있다. 필자(동생)의 가정에서 16년 째 함께 지내고 있는 외아들 J를 위한 기도이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 기도역시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이루어 주실 것을 믿는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으로 오늘도 언니와 언니의 가정을 위해 간절히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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