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손녀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들 집에 가 보니 튤립처럼 생기고 오른쪽에 손잡이가 달린 앙증맞은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사운드 북>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장난감은 동요 가사로 꾸며진 그림책과 해당 동요가 녹음되어 있는 소리 나는 장난감이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깜빡이면서 신나는 동요가 흘러나오는데 며느리가 얘기하기를 요즘 아기 엄마들이 제일 좋아하는 국민 아이템이란다. 특히 아기들이 울거나 보챌 때 ‘짠!’ 하고 등장시키면 어느 새 ‘뚝’ 그치게 하는묘한 위력(?)이 있다나!
<사운드 북>에서 흘러나오는 아기 동요들을 듣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 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 구슬…..’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60세가 넘은 필자가 어린 시절에 불렀던 동요들을 손녀가 가지고 노는 사운드 북에서 다시 듣게 되다니!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그 옛날의 동요가 워낙 명곡이어서 지금 이 시대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 시대에는 이만한 동요가 없어서 옛 것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던 건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역시 ‘구곡이 명곡(구관이 명관에서 따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사역지를 따라 뉴욕으로 오기 전까지 필자는 한국에서 교회의 어린이 사역자(영아,유치,유년부)로, 어린이와 교회학교 교사교육을 위한 선교단체인 <한국어린이교육선교회> 전임강사로 활동했었다. 주로 맡았던 분야가 ‘어린이 찬양과 율동’이었다. 20대 중반이었던 시절에는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 바로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찬양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교사 강습회에서 전달해 주는 보람을 누리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옛 것이 좋다고 하더니 그래서인지, 아니면 신 세대를 따라가는 것이 역부족이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의 어린이 찬양(CCM)보다는 그 옛날 그 시절의 찬양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더욱이 그것을 손녀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감개무량하다.
손녀를 돌보러 가는 날은 아들 집으로 가서 제일 먼저 아이와 함께 기도와 찬양을 한다. “하나님, 오늘도 할머니가 00이를 돌봐주려고 오셨어요. 밥도 잘 먹고, 재미있고 안전하게 잘 놀게 해 주세요. 직장에 간 아빠와 엄마도 지켜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라고 기도한 후 이어서 함께 찬송을 한다. “주님 오늘도 도와주세요/ 주님 뜻 안에 살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주님 오늘 하루도 도와주세요/ 아멘.” 또한,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식사기도 대신 “날마다 우리에게 00을 주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늘) 감사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이라는 찬송을 불러주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혼자 부를 자신이 생겼는지 “00이가 할 거에요!” 라며 아무도 못 부르게 한다. 밥 그릇을 앞에 둔 채 두 손을 모으고 머리로 박자를 맞추어 가며 오물오물 찬송하는 두 살 배기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 진다.
며칠 후면 두 돌을 맞이하는 손녀는 책을 참 좋아한다. 자기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비롯해서, 아빠와 엄마가 읽는 큐티 교재, 할머니가 읽는 책, 아빠가 구독하는 타임지(?)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아이가 가장 좋아하며 수시로 열어보는 책이 있다. <아기 성경>이다. 태어난 후 지금까지 매일 저녁 잠자기 전에 베드타임 스토리로 읽어주는 성경 이야기 책이다.
<아기 성경>에 있는 이야기를 구연해 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율동을 하며 노래로 가르쳐주면 더 재미있어 하면서 곧잘 따라 부른다. 노아의 방주이야기를 읽어주고 나서 찬양을 가르쳐주었다. 필자(할머니)가 만든 곡이어서 더 애착이 간다. “하나님의 약속은 아름다워요 일곱 색깔 무지개/파란하늘 저 편에 곱게 비치는 하나님 약속이죠/ 노아 할아버지 배를 만들고 세상 사람들 비웃었지요/ 죄를 뉘우치고 예수 믿으면 누구나 구원 얻죠(하나님의 약속은, 1절).”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도 찬양(필자의 곡)가르쳐주었다. “성경을 성경을 펴 보면 놀랍고 놀랍고 신기해/ 성경 속의 이야기는 정말 정말 재미있어/ 작은 다윗이 작은 다윗이 큰 골리앗 이겼네/ 작은 다윗이 작은다윗이 큰 골리앗 이겼네(성경을 성경을 펴 보면, 1절).” 첫 돌이 지나고 말을 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손녀는 <아기 성경>을 들고 와서 “할머니, 삭개오 아저씨(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라고 했다. 눈치를 챈 필자는 얼른 삭개오 찬양을 부르면서 율동을 했다. “엉금엉금 뽕나무 위에 키 작은 삭개오/예수님이 부르셨어요 외로운 삭개오/ 오늘은 너희 집에 쉬어 가리라/ 예수님 어서 오세요 즐거운삭개오(엉금엉금 뽕나무 위에 - 박안나 작사, 이강산 작곡, 1절).”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고 이해력이 자랄 때까지 성경 가르치는 일을 미룰 필요는 없다. 영아기(출생-3살까지)에 있는 아기들도 나름의 수준에서 성경을 이해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다. 영아기는 다섯가지 감각을 통하여, 그리고 모방과 반복을 통하여 배우는 시기이다. 이야기로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찬양과 율동을 곁들여 가르쳐주면 더 효과가 크다. 유튜브(YouTube)에 보면 어린이를 위한성경이야기나 찬양, 율동에 관한 동영상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내용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일찍, 너무 오래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영아기 신앙교육에 힘써 보자.
“예수께 말하되 그들이 하는 말을 듣느냐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렇다 어린 아기와 젖먹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찬미를 온전하게 하셨나이다 함을 너희가 읽어 본 일이 없느냐 하시고(마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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