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하는 순간에 번쩍 사진이 찍혔다. 이 구간이 30 마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그곳에 자동차 스피드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잠시 깜박하고 40마일로 달린 것이었다. 30마일로 달리지 못한 것에 화가 난다. 깜박 사는 순간에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서서히 나도 모르게 30마일로 길들여지는 것 같다. 그놈의 30이란 숫자에 말이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체중을 재어 보았다, 어제보다 1파운드가 늘어난 것같다. 요즘 벌써 한달 사이에 3파운드가 늘어난 셈이다. 계속 체중 유지를 잘 해왔는데... 나는 이제 내 체중 140이라는 숫자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숫자가 되어 버렸다.
공복에 혈당측정기를 꺼내 피를 뽑았다. 아침에 일어나 한번씩 측정해보는 기본 행사다. 측정기에 108 나왔다. 그런대로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엊그제는 공복 혈당이 130까지 올라갔을 때에는 어제 뭘 먹었는지 생각을 해 보았더니 취침 전에 포도를 먹은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100이란 숫자에 나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걷고 먹는 것 조심하고 많이 관리하면서 100이란 숫자에 내가 길들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서 난 시계를 보았다. 거의 정확하게 일어나는 5시란 숫자에 난 이제 완전히 길들여진 것이다. 5라는 숫자가 넘어가면 기겁을 하고 일어난다. 완전히 5가 나를 일으켜 세우는 숫자이다.
오늘 소셜 오피스에서 전화 인터뷰가 10시30분에 있다. 10:30 이란 숫자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 숫자에 매여 있어야 했다. 그리고 보니 온통 내가 숫자에 매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증명하는 사회보장제도의 번호가 내 아이디다. 생년월일의 숫자가 내 존재를 증명한다. 내가 어디 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주소가 역시 숫자로 증명된다. 내 키의 숫자, 내 신발 사이즈의 숫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군번이 내 존재였고 한국에서의 주민등록번호가 나였다. 한마디로 숫자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는 없는 것을 알았다.
은행에 들려 써야 하는 어카운트 번호에서부터 날짜, 금액 모두가 숫자이다. 은행에 돈을 입금시키고 나오는데 자동차 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숫자이다. 핸드폰이 오래 돼서 인지 얼굴인식을 못해서 핸드폰이 안 열린다. 그래서 내 비밀번호를 쳤다. 그래야 열린다. 그뿐인가 내 컴퓨터를 열 때에도 내 아이디 번호를 쳐야 열린다. 온통 숫자가 나를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무슨 비밀번호가 그렇게 많은지 카톡인증번호, 구글계정번호, 페이스 북 비밀번호, 콘에디슨 번호, 이메일 인증번호, 비밀번호, 이지패스 비밀번호 등등 정말 머리가 아프다. 노트에 적어 논 것도 이제는 어떤 것이 최근 것인지 완전히 헷갈린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 은행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숫자 비밀번호를 눌려야 한다. 그런데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몇 번 숫자를 입력해야 열린다. 내 인터넷 은행은 3군데다. 다 외어 놓아야 한다. 어쩌다 비밀번호를 3번 잘못치면 그때부터는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던 적이 몇번인가. 정말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완전히 숫자에 정신이상이 걸릴 정도다,
도대체 숫자라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편리하게 살아 보자고 만든 숫자인데 이제는 숫자에 매여서 웃고 우는 삶이 되어버렸으니 참 묘하다. 이번 한 달은 숫자싸움을 해야 한다. 누가 더 많은 표의 숫자를 얻느냐에 회장이 되느냐 낙마하느냐 하는 싸움 말이다, 그래서 한 숫자라도 더 올리기 위해 전화를 걸고 호소도 하고 부탁도 한다. 숫자가 사람의 위상도 올렸다 내렸다 결정한다.
우리가 이 세상 살면서 숫자라는 실상을 초월할 수는 없지만 매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라는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 한 것 아닌가, 나이가 70이 되었다고 스스로 노인 이라고 여기고 산다면 이미 그것은 숫자에 매인 것 아닌가. 70이 되었기에 뛰면 안 되고 과격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운동을 해 보면 안다.
조금씩 뛰면 뛰어진다. 100m를 뛰면 서서히 200m를 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계속 뛰어주면 1㎞정도는 거뜬히 뛰어진다. 물론 100, 200, 이란 숫자도 초월해 보자, 그냥 조금씩 뛰니까 뛰어진다는 사실, 내 몸이 뛰면 머리에서 뛰어야 할 근육을 생성시키고 뛰어야 할 심장 박동 숫자도 뛰는 것에 적응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의학이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나이가 70인데 라는 숫자 개념에 매이면 이미 그때부터 내 몸은 늙어간다는 이 사실을 나는 배웠다.
숫자 때문에 내가 더 활력을 얻고 숫자를 내가 만들어 내야 하는데 자꾸 숫자에 매여 산다,
우리는 하나님말씀에 매여야 할 목사들 아닌가,
세상이 만들어 놓은 숫자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숫자에 매여 체중이 왜 줄지 않느냐고 한탄하고, 왜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하느냐고 신경 쓰고, 혈당측정기에 매여 그 숫자에 신경 쓰면서 사는 것보다 그냥 즐겁게 운동하고 하나님말씀 따라 온유하게 사람을 대하고 베풀면서 살고, 좋은 음식 감사하면서 먹고, 말씀에 따라 살다 보면 건강도 유지되는 것 아닌가 보여진다.
하나님 말씀에 매여 살자. 말씀 속에도 숫자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말씀 속에 숫자는 다 예수님을 향한 숫자 아닌가, 그 예수님 안에 매여 순종하면서 살다 보면 분명 세상이 만든 숫자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저장된 곡식이 바다 모래같이 심히 많아 세기를 그쳤으니 그 수가 한이 없음이었더라(창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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