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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11/18/22       이계자

참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약의 호세아서를 처음 접했을 때 이해가 잘 안 갔다. “여호와께서 호세아에게 이르시되 너는 가서 음란한 여자를 맞이하여 음란한 자식들을 낳으라 이 나라가 여호와를 떠나 크게 음란함이니라 하시니(호1:2).” 호세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신 하나님이 너무 하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씀에 순종한 호세아가 참 딱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남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방탕한 행실을 반복했던 고멜은 한심하기 짝이 없어 밉살스러울 정도였다.    

이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나(필자)의 이야기로 이해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멜과 같이 영적으로 음란했던 이스라엘을 짝사랑하셨던 하나님, 그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끝없이 기다려주셨던 하나님, 그 하나님이 나에게도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고멜과 나는  다른 사람이었지만 공통점은 나도 고멜처럼 미련하여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찐(참)사랑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기 전까지 5년 동안 일주일 내내 쉼 없이 뛰었다. 주간(월–토)중에는 고등학교 교사(전도사)로, 주일에는 교회 교육 전도사로, 이 외에도 어린이 선교단체의 전임 사역자로 눈코 뜰 새만 있을 정도로 분주하게 살았다. 사람들의 인정으로 배가 부르다 보니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것에는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Being(됨)이 없는 Doing(함)의 삶이었다. “이만하면 열심히 사는 거 아니야?” 어느 새 자만심이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교회 교육 전도사로서의 사역은 마무리를 했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5년 더 계속했다. 첫째 아이가 네 살이 될 무렵 작은 아이가 태어났고, 기도하며 계획한 대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선배 및 동료 여 교사들 대부분이 “퇴직대신 잠시 휴직을 하고 복귀하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걸!” 이라고 말렸지만 두 아이의 양육을 위해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 영역은 더 넓어져만 갔다. 사역지를 옮긴 남편을 따라 간 교회에서는 또 다시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게 되었다. 영아부를 만들어서 운영해 보라는 담임 목사님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내 뜻과 바람대로 잘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럴 즈음, 10년 가까이 부부가 함께 사역하던 교회를 사임하고, 멀고도 낯선 나라 미국의 뉴욕으로 삶과 사역의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생각보다 새로운 사역지에의 적응은 쉽지 않았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려움이 많았다. 미처 적응도 되기 전, 남편의 건강이 갑작스레 악화되면서 온 가족이 광야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뉴욕이라는 미디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뉴욕은 광야였다. 앞뒤와 좌우를 둘러봐도 뜨거운 태양과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는 그런 광야였다. 참담했고, 절망적이어서 살 소망이 없을 정도였다. 높은 절벽에서 밑이 보이지 않는 저 아래로 던져진 나를 발견했다. 하나님 앞에 나 홀로 대면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정체절명의 고독한 시간이 오자 비로소 나의 진정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주님이 주인 되신 삶이 아니라 내가 주인인 삶, 나를 위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기적인 자아가 깨지기까지는 길고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에도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으셨다. “네 하나님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중략)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게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8:3-4).” 

예수를 믿은 후 그 구원의 은혜에 감격하여 하나님께 서원을 하고 나아가 헌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역자들이 가장 부럽고 존경스럽다. 필자는 같은 구원의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오랫동안 그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예수를 영접한 나를 신학대학으로 이끄신 하나님, 졸업 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를 위해 사역지들을 예비해 놓으시고 그리로 인도하신 하나님,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포장하고 입신양명을 위해 하나님의 사랑을 이용한 나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미디안 광야인 뉴욕으로 보내신 하나님, 황량하고 고독한 광야를 걷게 하신 하나님, 고난 당함으로 말미암아 주의 율례를 배우게 하신 하나님, 비로소 나를 향하신 아버지의 뜻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 그 하나님은 미련하고 어리석은 이 철부지가 철이 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한 없이 기다려 주셨다.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까지 참아 주신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 나를 다듬어 오셨고, 지금도 여전히 다듬고 계신다. 전설적인 복음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의 아내이며 작가였던 루스 벨 그레이엄은 생전에 ‘고속도로에 적힌 표지판의 문구’를 발견하고 자신의 묘비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내 삶이 끝나는 그날, 그녀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될 것이다.   

“공사 끝(The End of Construction)!     

참아 주셔서 감사합니다(Thank You for Your Pat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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