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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16       한준희 목사

목사의 덫


 나에게는 나와 남에게 무익하고 부질없는 자랑거리가 있다. 그것은 3개의 장관 표창장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남보다 돋보인 아이디어로 인해 문화공보부 장관 표창, 체육부 장관 표창,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표창장이 그것이다. 이것을 액자에 넣어 장롱 맨 위에 보라는 듯 세워놓고 지낸 적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내 놓으라 하는 유명인들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벽에 줄줄히 붙여 놓고 지낸 적도 있었다. 한때는 유명 인사들과 함께 업무를 했고, 함께 밥도 먹고, 함께 비행기를 타고 출장도 다녔다. 이런 유명 인사들과 함께 다니는 나는 한없는 기쁨과 자부심을 가지고 마치 내가 그 유명 인사나 된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뭣 모르고 날뛴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젊은 놈이 50세가 넘은 분들에게 소리 소리치고 욕을 해대는 것이 내 위치로는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직장생활을 하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인생의 무대는 바뀌었다. 직장의 옷을 벗고 목사라는 타이틀을 이마에 붙이고 미국 한인 사회의 조그만 교회에서 어려운 목회하는 배역을 감당하면서 30여년 전 기고만장했던 나를 되새겨 보았다.

 그 때 그 젊은 시절,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엄청난 은혜를 입었었다는 사실을 60세가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내가 무척이나 똑똑하다고 여겼고 똑똑하니까 당연히 그런 지위와 끝발(?)도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보니 그것은 전폭적인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한국 땅에 나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무궁무지했고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도 많았는데 유독 나를 택해 그 자리에 앉힌 것은 엄청난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하나님께 감사헌금 한번도 드려보지 못한 어리석은 인간이었음을 이제서야 안 것이다.    

 유명인사들과 함께 했다고 내가 유명해졌던가, 장관상을 받았다고 그 표창장이 내 인생에 무슨 유익이 되었던가, 큰소리치는 자리에 앉았다고 그 자리가 지금까지 지속되었던가 다 인생의 무대에서 잠깐 맡은 바 그 배역을 하고 사라지는 엑스트라 밖에 더 되었던가.

 목사가 되어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았다는 것은 이제는 그 세상 지위 다 버리고, 세상자랑 다 버리고, 세상 명예 다 버리고 오직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주인공으로 나타내기 위해 택함 받은 엑스트라 아니던가.

 그런데 오늘날 많은 목사들이 유명인사들과 사진찍기 좋아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자주 함께 있으려 하고, 목사라는 직책으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 하고 그들이 타는 고급승용차를 타야 그들과 대등하다고 여기고 있다면 적어도 내 눈에는 그 목사는 이미 명예의 덫에 걸린 것 아닌가 여겨진다.

 한국에서 목사들이 소위 총회장이다 무슨 협회 회장이다 하는 명함을 가지고 미국에 오면 그것이 마치 무슨 고위직 인사나 된 것같이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면 30여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측은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세계적인 갑부 빌 게이츠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도 돈만 수천억불을 가난한 나라에게 기부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반바지 입고, 티셔츠 입고 저 아프리카 빈민촌에서 함께 먹지 못하고, 함께 자고, 함께 어울리면서 몇 달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목사는 넥타이 매고 양복입고 머리에 기름 바르고 강단에 서야 만이 하나님의 종이 되는 것인가?

 꼭 회장을 해야 큰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기에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회장이 되어야 하고 회장이 되어야 소위 청와대라도 한번 가 볼 수 있고, 장관이나 유명 인사들과 식사도 할 수 있기에 반드시 회장을 되어야 큰 종이 되는 것인가?

 교황이 한국에 와서 승용차 티코를 타고 다녔다고 온 국민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뭘 느끼겠는가? 그것이 사탕발림에 정치적 쇼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이라도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그런 낮아진 모습을 갈망하는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들의 몸부림이 아니겠는가? 왜 이런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것일까? 낮아지거라 그러면 높아지리라.

 목사는 목사된 것으로 영광이요 축복이요 기쁨이다. 주일마다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도 감격하고 감사할 일이기에 말씀 전하고 나서 저 맨 뒷좌석에 가서 쪼그리고 엎드려 감격에 눈물을 흘려도 할 말이 없는 자들이 아니던가? 회장, 박사, 교수 그 어떤 명예보다 목사!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목사는 이미 덫에 걸려든 것 일게다.

 그들의 모든 행위를 사람에게 보이고자 하나니 곧 그 경문 띠를 넓게 하여 옷 술을 길게 하고 잔치의 윗 자리와 회당의 높은 자리와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사람에게 랍비라 칭함 받기를 좋아 하느니라(마23:5-7).

한준희 목사(뉴욕성실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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