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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야 할 자리

12/12/22       이계자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생기발랄하고 정의감에 불타던 20대 초반, 신학대학에서 기독교 교육을 공부하고 졸업한 필자의 첫 번째 직장은 고등학교였다. 기독교사학재단에서 설립한 고등학교였기에 교목과 성경 교사(2급 정교사)가 있는 교목실에 소속되어 주 1회의 학급별 성경 수업(각 학년 열 두 반이 있어서 교목은 한 학년을 맡아 주 12시간 수업을 하고, 필자는 두 학년을 맡아 주 24시간 수업함), 월 1회의 학생예배와 교직원 예배 준비, 봄과 가을에 있는 신앙부흥회 준비 및 학생 신앙지도 등의 사역(업무)을 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에 불과했으니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어설픈 부분이 많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일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 기독교 계 고등학교의 교사로 지원하려면 세례교인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이 필수였다. 하 지만 그 증명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거듭난 기독교인으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거나 기독교에 호의적인 사람이라는 걸 보증하는 건 아니다.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에도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거나, 목회자와 교회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이 적지 않아서 때때로 기독교에 대한 자신들의 신앙관이나 편견을 여과 없이 어린 필자 앞에 쏟아놓곤 했다. 듣기에 부담스러웠고 불쾌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었다. 

필자의 상사인 교목님으로 인한 일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물론, 교사들과 학생들로부터 들려오는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불만에 지혜롭게 반응하는 일이 힘들었다. 상사라고 해서 무작정 그분의 편을 들 순 없었다. 그분은 ‘교목’ 이라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학교 밖 다른 일에 분주했다. 다들 문제라고 생각하는 일을 그분은 문제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당신의 필요를 따라 일을 벌이고 당신의 방식대로 처리했다. 필자가 아래 사람이었기에 당신이 뜻한 대로 아무 말 없이 따라주기만을 기대했을 지 모른다. 교직원들은 필자가 중간역할이라도 해 주어 문제가 고쳐지기를 원했지만 그분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기독교 재단에서 기독교 교육을 표방하는 학교를 세워 교목실을 따로 만드는 것은 ‘학원 복음화’라는 지대한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목적이 있어서이다. 우리는 분명 한 배를 탔지만 같은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은 너무도 멀어 보였다. 필자는 십 여 년 간의 교편생활을 마무리하고 학교를 떠났다. 그분은 정년까지 채우고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뉴욕에도 많은 수의 목회자들이 있고, 크고 작은 기관의 기관장들도 있으며,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목회자 후보생들도 있다. 또한, 지역 교회들마다 장로, 권사, 안수집사 구역장, 목자 등의 직분자들도 있다. 각 자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리더의 자리에 있기에 어떤 면에서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본다. 물론, 인간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받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온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모여서 사는 세상이니까. 필자 역시 그런 실수를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으로서, 더욱이 리더로서 상식 선을 넘어서는 일들을 하면서도 그것이 문제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래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천국 문을 막고 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사람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되겠는가(마23:13)? 그 막중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려는가? “세상 사람 중 한(1) 명은 성경을 읽지만, 아흔 아홉(99)명은 그리스도인을 읽는다.”는 무디(D. L. Moody)의 말이 떠오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틀린 말일 때가 더 많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앉아있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알고 그 자리에 합당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시때때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깨어있다면 그 자리는 ‘하나님이 주신 나의 자리’일 수 있고, 그 자리로 인해 나는 날마다 성숙해 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벼슬로 알고 우쭐하여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망각한 채 경거망동하거나, 자기의 유익을 위해 그 자리를 이용하거나, 겁 없이 권력의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 자리는 그의 자리가 아닐 확률이 높다. 그가 그 자리를 고집한다면 많은 사람을 괴롭게 하다가 결국에는 자기도 망하고, 자기가 속한 가정, 교회, 직장, 사회, 심지어 나라까지도 망하게 하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도 이와 같아서 가슴을 치며 울분에 차 있는 국민들과 재외 동포들이 많다고 한다. 조국과 교회들을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할 때다.    

“네가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는 네가 있어야 할 자리 맞니?” 라고 하나님께서 물으실 때 누구든 분명하게 대답할 말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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