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사람이 살다보면 예기치않는 기쁨을 만나기도 하지만 가슴 무너져 내리는 슬픈일을 당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숱하게 슬픈사연들을 겪으면서도 그것에 익숙되지 못해 당할때마다 휘청거리는 일은 어쩔수 없나 보다. 부정성을 제로로 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거의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영성일기를 쓰는 데도 갑자기 다가오는 일엔 마음 가눌 길 없어 숨이 막힌다. 억울함과 분노 부끄러움과 무능함이 심장을 내리 누르고 솜뭉치로 기도를 틀어 막는 듯 숨이 답답해 밤잠을 설친다. 한밤중에 통곡으로 심중을 토해 내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문득, 신비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의 “여인숙”이란 시가 생각난다. 그래도 평소에 내 안에 저장해 두었던 것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듯 하여 감사하다.
그렇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이 나를 청소하고 있다. 고집대로 살아온 나를 돌아보며 벌거벗은 수치와 무능함으로 내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깨닫게 한다. 죄투성이로 살아온 나를 그분 앞에 내어놓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며 간구한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감사하게 여기고 이 어려움 조차 이제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찬양을 부르며 마음을 다독인다.
그렇다! 부끄러움에 휘청거리는 이 순간이 나를 복된 길로 안내할 것이다.
기쁨도 슬픔도 내 삶을 엮어가는 것이기에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하는 여인숙처럼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삶에서 나의 연약한 무릎을 세우고 새로운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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