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법의 차이로 갈등을 겪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간의 갈등인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친정 어머니와 딸 사이의 갈등인 경우가 있고, 시 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인 경우도 있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의 모임인 맘 까페(Mom café)에서는 이런 문제로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든 조부모든 그들의 바람(바램)은 같을 것이다. 어린 자녀를, 손주를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잘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세대가 다르다 보니 양육법에도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절충하거나 합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필자가 어린 아이를 키운 건 삼십 년도 더 지난 먼 과거의 일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강산이 바뀌어도 세 번이나 바뀐 세월이다. 같은 세대에서도 이 가정의 양육법과 저 가정의 양육법이 다르기 마련인데 세대 차이가 많이 나는 시 어머니와 며느리의 양육법, 친정 어머니와 딸의 양육법이 어떻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겠는가!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에게는 자녀양육을 도와줄 수 있는 시 부모님(친가)이나 친정 부모님(처가)이 계시다는 것이 참 다행이며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양육 현장에서 의견의 폭을 좁히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필자보다 1년 늦게 손자를 본 친구와 통화 중에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딸은 이 세상에서 저 혼자 아이 키우는 엄마인 거 같아. 뭐 그렇게 유별나게 아이를 키우니?” 첫 아이를 키우는 딸이 못마땅해서 나온 친정 어머니(필자의 친구)의 볼멘소리다. 손주육아의 선배인 필자가 한 마디 했다. “얘, 요즘 젊은 엄마가 30년 전에 지네들 키운 우리하고 같을 수 있니? 다른 게 당연하지. 그러려니 하고 들어 줘, 그리고 딸이 해 달라는 대로 도와 줘. 괜히 선배타령 하면서 기 싸움 하지 말고!”
필자는 영*유아 사역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양육지침을 하달 받는 시 어머니이다. 때때로 마음이 좀 상할 때도 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과거 필자가 주 양육자로 아이를 키웠던 양육법과 지금 아들과 며느리가 제 딸을 양육하는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니 한층 마음이 편해졌다. 필자 세대에는 전통적인 육아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웠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신 세대 육아방식으로 키우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유식 하는 방법도 다르고, 수면교육도 달라서 마치 아이를 처음 키우는 것처럼 하나하나씩 배우면서 손녀를 돌봐주어야 했다. 그뿐인가? 제대로 못했을 때 – 나이가 들어서인지 순발력이 떨어져서 -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양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일관성’이다. 영*유아기는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가는 시기이므로 일관성 있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조 부모도 부모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라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일관성을 갖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예외의 상황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주 양육자는 아이의 부모이며, 조부모는 보조 양육자라고 할 수 있다. 주 양육자와 보조 양육자가 합의하여 일관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 의견의 차이가 있다면 주 양육자의 생각이 우선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부모의 양육방식이 분명하게 잘못된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 말이다.
“손주 자랑하려면 돈부터 내고 자랑하라” 는 말이 있다. 조부모들의 손주자랑이 대단하여 들어주는 일에도 수고가 따르니 대가를 지불하라는 뜻이 아닐까? “손주가 그렇게 예쁘세요?” 필자도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러게요, 저도 할머니가 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그냥, 무조건 예쁘네요.” 조부모에게는 왜 그리도 손주가 예쁘고 신통한 것일까? 양육에 대한 책임(부담)이 없어서라고 한다. 그저 예뻐해 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란다. 이에 비해 주 양육자인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의 책임은 막중하다. 조부모인 우리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주 양육자들의 주도권을 인정해 주고, 그들이 도와달라는 부분만 일관성 있게 도와주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조 부모세대와 부모세대의 양육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주 양육자인 아빠와 엄마 즉, 부모의 일관성은 더욱 중요하다. 어린 자녀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치거나 훈육할 때 부모는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부모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해서는 안 된다.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고, 어른이 먼저 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혼란스러워 할 것이며, 그것은 아이의 인지와 정서, 그리고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양육’으로 아이의 건강한 미래는 물론,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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