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멀어진지 벌써 7년이 되어간다. 목회를 하면서 늘 하는 말 중에 “체력을 잘 유지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목회에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축구를 했었다. 그래서인지 감기한번 안 걸리고 몸관리를 잘 해왔다. 건강하나만은 자신하면서 목회의 때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난 앰뷸런스에 실려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심한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그렇게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내가 졸지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큰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고 하루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었다. 그후로 난 건강에 대한 불안 증세라 할까, 수시로 혈압체크, 혈당 검사, 체중 등을 점검하면서 거의 매일 걷기 운동에 매진하게 되었다. 이제 축구를 하기에는 좀 무리인 것 같아 내 몸에 맞는 운동으로 걷기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이 생각난다. 히팅크 감독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선수들의 체력을 높이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라운드에서 전후반 90분을 쉴새없이 뛰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체력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체력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모든 작전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히팅크는 알았던 것 같다.
목회도 이와 같다고 생각된다, 개척 초기, 난 365일 새벽기도를 하였다. 주일예배, 주일오후예배, 수요성경공부, 금요철야기도회, 목장 모임 등 정말 쉴 틈이 없이 강행군을 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해야 목회를 하는 것으로 알았었다. 뿐만 아니라 세미나란 세미나는 몸땅 찾아다니면서 듣고 배우고 또 목회에 적용하면서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3-4년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니까 점점 새벽기도가 형식화되고 금요철야회가 서서히 힘들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었다. 결국 체력이 고갈되어 지쳤다고나 할까,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체력이 고갈되니 목회도, 가정도, 내 삶도 다 말짱 헛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회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면서 체력을 기른다는 핑계로 축구를 열심히 한 것이었다.
주위에 목사님들이 목회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신 분, 아예 목회는 그만두고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 또 목회는 하면서 부업으로 콜택시를 하시는 분, 목회는 일찍 접어두고 교계 단체 모임에나 찾아다니는 분 등 많은 분들이 목회에 손을 놓고 계신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과연 목회에 열정이 없어서 목회를 포기했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각자에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만 가지고 있는 정신력보다 체력이 무너지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장거리 경주같은 목회에는 체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정신력도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난 배웠기 때문이다.
약 20여 년 전, 난 목회의 어려움으로 콜택시 운전을 하면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보았다. 그런데 하루 일하는 시간이 12-14시간 운전을 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돈 욕심이 생기면서 1시간이라도 더 일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이 발동하면서 부업으로 여겼던 일이 오히려 본업이 되었고 나의 원래 목회는 반대로 부업이 되는 현상을 느끼게 되었다.
서서히 몸은 지쳐가고 목회의 사명은 상실되어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주일 설교를 하면서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일주일 내내 운전이라는 중노동에 시달린 것이 그 이유이다. 몸이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가는 돈버는 일도, 목회하는 일도 다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암시가 몸으로 나타나곤 하였다.
목회 초반에 그렇게 열심이었던 그 열정은 다 어디 갔을까, 어찌보면 목회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가 바로 체력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것, 엄청난 실수를 하고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도 체력이 고갈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목회에 매너리즘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체력이 고갈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목회 말년에 깨달았다.
사실이다. 체력이 없으니까 자꾸 편안함만 찾고, 종일 책상에 앉아 인터넷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려 하고, 인내심도 떨어지고, 기도하는 힘도 없어 기도를 하는 것인지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인지 뒤돌아보면 다 체력이 고갈되어 있기 때문 아닌가 보여진다.
목회를 은퇴할 나이가 되다보니 은퇴 후에 해야 할 일이 많은 것같다. 평생 목회했으니 이젠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체력이 바탕이 안 되면 은퇴 후에 급속도로 노쇠해져 가는 모습이 주위에서 자주 눈에 띈다, 이유는 할 일이 아직 많은데 그 일을 할 체력이 보강되어 있지 않기 때문 아닌가 여겨진다.
목회에 성공했다는 말은 결국 건강한 몸으로 은퇴 후에도 열정적으로 복음을 위해 사는 목사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큰교회를 지어 놓고 수천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켜 놓고 본인은 병상에 누워 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산다면 그게 성공된 목회 은퇴자일까,
체력이 무너지면 목회도 무너진다. 가정도 무너지고, 나 자신도 무너진다. 평생 세워 논 교회도 무너진다.
마지막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건강하여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평생 쌓아논 목회의 엑기스를 불 토하듯 전하자, 그 바탕이 체력이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체력이란 사실을 놓치지 말고 체력 강화에 투자하고 체력을 삶에 1순위에 두자.
여호와의 사자가 또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네가 길을 이기지 못할까 하노라 하신지라(열왕상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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