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맨 앞)이 역주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트랜스젠더 국내 공식대회 첫 출전해 우승
체격·골격근량 유리…“여성에 대한 역차별”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국내에서 트랜스젠더가 여성 경기에 출전하며 여성 선수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출전하는 일은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3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나화린(36) 씨가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경기 3종목 여성 부문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트랜스젠더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종합체육대회에 출전했다.
나 씨의 우승은 체육계에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작년에 성전환수술을 받은 그는 여성보다 더 큰 뼈대와 많은 근육량을 가졌기 때문. 실제로 최근 측정 결과, 골격근량은 일반 여성 평균인 20∼22㎏보다 월등히 높은 32.7㎏이었다. 외형도 키 180㎝, 몸무게 72㎏로 일반적인 여성 선수보다 건장하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전환 수술을 받고 호르몬을 투입받는다지만 기본적으로 남성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나 씨와 같은 트랜스젠더의 출전을 불허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선수 출전 규정에 성전환 선수와 관련한 내용이 없어서다. 등록 결격 사유는 폭력과 성폭력, 승부조작, 편파 판정, 횡령 배임 등으로 나 씨 사례는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윤성 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변호사는 “뒤늦게 성전환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2차 성징을 지나 남성 선수로서 근육과 운동기술이 완성됐기 때문에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라며 “여성 선수들이 본선에 나갈 기회를 박탈당하는 역차별이다”고 비판했다.
▲여성으로 성전환한 후 여성 격투기 경기 중인 펠론 팍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국내 여성 스포츠 생태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랜스젠더가 여성 스포츠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역으로 피해 입는 여성 선수들이 나오고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이 문제로 인해 홍역을 치른 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2019년에 열린 코네티컷주 여성 청소년 육상 경기에서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여성 육상 경기에 출전하여 총 15차례 우승을 독차지 하는 일도 있었다.
신체를 이용해 힘으로 맞붙는 격투기, 유도, 권투, 태권도 등의 스포츠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체격과 근량, 뼈 밀도 등 신체가 남성과 다름 없는 트랜스젠더 출전은 여성 선수에게 큰 상해를 입혀 생명권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2014년에 미국에선 성전환자 펠론 팍스가 여성 격투기 경기에 출전하여 상대방 여성 선수에게 뇌진탕과 두개골 골절상을 입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여성에 대한 역차별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여자 스포츠 경기 출전을 반대하는 규정과 여론에 힘이 실리는 추세”라며 “서구의 폐단을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잘못된 길로 들어선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스포츠에서는 공정성이 생명”이라며 “체육계가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여성 스포츠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지난 2월 스포츠 인권 헌장과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트랜스젠더가 스포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 문화체육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주요 정책관계자를 대상으로 성별과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스포츠권을 누릴 수 있도록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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