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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04/12/21       한준희 목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내가 청소년 시절 살았던 동네는 미아리 인수동 골짜기 작은 돌산이라는 곳이었다그 곳에는 쓰레기장으로 활용된 공터가 있었고 그 쓰레기장 건너 편에도 제법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그 공터가 유일한 나의 놀이터였다이 공터에서 주로 축구를 많이 하고 자랐다당시 축구공 하나 없던 시절나는 학교등록금으로 축구공을 샀고 그 축구공 하나로 자연스럽게 교회를 주축으로 축구부가 만들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그렇게 만들어진 축구부는 교회 대항 고등학교 미아지구 친선축구대회라는 대회를 주최하게 되었고 이것으로 인해 나는 같은 동년배 친구들과 많은 후배들에게 보이지 않는 파워를 가진 리더로 우뚝 서게 되었다한마디로 왕초 노릇을 한 셈이다.

 

 왕초 노릇을 하게 되면서 제법 많은 친구와 후배들이 모여들었고 모여든 후배들은 그들끼리 서열이 만들어지면서 조직 아닌 조직도 생겼고그렇게 제법 동네에서 힘을 쓰는 조직이 되어 버렸다하지만 그것 때문에 왕초가 된 것만은 아니었다왕초가 될 수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가 바로 후배들에게 먹을 것 잘 사주고영화 구경 시켜주고후배들 데리고 야외에 놀러 다니고교회에서는 그들을 지도하는 지도 선생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왕초 아닌 왕초로써의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물론 그것이 얼마나 일그러진 영웅심이었는지 지금은 안다.

 

 그 후 신학교를 다니면서 또다시 나를 중심으로 전도사님들이 함께 어울려 다닐 때도 있었다그 이유는 직장생황을 하던 나는 늘 주머니에 돈을 가지고 있었고 틈만 나면 저녁을 사주는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등록금을 못 내는 전도사님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하였고때로는 회사에서 명절 때 받은 상품권을 어려운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였던 것 때문인지 제법 전도사님들 사이에도 중심 된 인물로 자리매김을 한 적도 있었다그런 것 때문에 난 내 내면에 보이지 않는 교만이 들어 있었고 속된말로 내가 이정도 사람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져본 일도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목사가 되었고목사는 목사들끼리의 어울릴 수 밖에 없었다그러다 보니 목사들 모임이 많아졌고 여러 명이 어울리는 시간도 많아졌다또한 목사들 단체에 들어가 보니 목회 선배들나이 많은 어른 목사들과의 관계도 가지게 되면서 앞장 설 일이 없어졌다그런데 목사들 모임을 자주 가지다 보니 목회 선후배 관계를 떠나 왕초 노릇을 하는 목사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또 목사들 끼리끼리 모이는 그룹들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았다특히목사라는 칭함을 가지고 교계 단체장을 하면서 꽤나 왕초 노릇을 하는 목사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질서상 선후배가 있어야 하고 조직이 있어야 단체를 움직여 나갈 수 있는 것이 사회라지만 이것을 이용하여 보이지 않게 일그러진 영웅 노릇을 하는 목사들이 있다는데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밥을 사고커피를 사주고어려운 후배들을 돕는 것쯤이야 아름다운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관계를 떠나 형님’ 목사로 모시는 그룹들이 있다는 사실이다그 형님 목사를 제대로 못 모시면 교계 단체장이 되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형님 목사는 교계를 좌지우지한다다음 회기에 회장은 누가 해야 한다총무는 누구를 시켜야 한다는 둥 보이지 않은 실세이다심지어 회장 선거라도 있게 되면 무슨 파 목사가 출마하니누구를 지지하라는 지령까지 하달한다고 하니 정말 시대마다 이런 일그러진 영웅들은 늘 있어야 되는 모양이다.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못 앉아 본 한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높아지려는 인간의 죄성 때문인지어쩌면 그렇게 왕초 노릇을 하고 싶을까그렇게 높아져야 하나님 앞에 칭찬받는 목회자가 되고 그렇게 높아져야 자긍심이 살아나는 것일까,  이런 일그러진 영웅들은 얼마 후면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깨달을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요즘이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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