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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와 개똥주머니를 줍는 청년

04/16/21       김창길 목사

휴지와 개똥주머니를 줍는 청년


가쁜 숨을 내쉬며 달리는

두 세 명 무리 지어 이야기 나누며 걷는

갓난 아이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리는

생각에 잠겨 혼자 거니는

기도서를 낭송하며 걷는 정교회 수도사

가족들과 운동 삼아 함께 걷는 

새들리버 카운티 공원 산책길을 거니는 군상(群像)들

 

모두들

나무 그늘 아래로 시냇가 따라 유쾌히 걷는다

봄에는 풀꽃 내음 맡으며

여름엔 우거진 숲 사이 시원한 바람 쐬며

가을엔 물 든 낙엽을 밟으며

겨울엔 흰 눈 나부끼는 차가운 길을 걸으며

숲 속에서 마음과 정신을 푼다

걸으면서 몸이 단단해 진다

 

공원 관리인이 쓰레기 통을 비운 후에도

여기저기 뜸뜸이 뒹구는 휴지와 플라스틱 봉지

심심찮게 팽개쳐진 개똥비닐봉지

흘려버린 주인 잃은 분실물

수 많은 사람이 줄지어 지나쳐도

 

나무와 꽃과 물고기와 야생동물이 어울려 사는 자연 안에

사람들이 더럽히고 지나간 자리

자유롭고 평화로운 주거지를 빼앗긴

오랫동안 부담 없이 살아 온 영토(領土)

 

그러나 

자연은 탓 없이 인간을 품는다

언제부터인가

맨하탄 직장인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장갑을 끼고 사방에 널려진 휴지와 비닐을

주섬주섬 작은 백에 가득 담아 쓰레기 통에 넣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간다

 

하루는

퇴근 길에 준비해 온 검정 백에 버려진 쓰레기를 찾아

구석구석 다니며 한 아름 집어 넣는다 산책인들이 보나마나

상관없이 혼자서 조용히 숲 속을 살핀다

쓰레기 통이 없을 땐 모은 쓰레기 백을 들고 집으로 가져간다

 

어제는

이른 봄 토요일

드문 드문 떨어뜨리고 간 개똥 주머니

자그마한 개똥 주머니를 주워 쓰레기 통에 넣는다

행인들이 “Good Job!” 말하면

미소 짓는 얼굴로 한 손가락을 올리며 인사하는

말없이 흘린 쓰레기를 줍는 착한 청년이 그립다

 

클로스터 지역에 사는 삼 십대로 보이는 동양인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가 아니 기독교인 인가 천주교신자인가

묵묵이 조그만 쓰레기 조각을 줍는 청년에게 설교를 듣는다

 

그래서 수도원 뜰에도

혹시 행인이 흘리고 간

바람에 밀려 온 조그마한 종이조각을 주으면서

깨끗한 정원을 만들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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