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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을 허는 작은 여우 찾기'

07/16/21       이계자

'우리 가정을 허는 작은 여우 찾기'


평화롭고 따뜻하고 즐거운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이 불화하고 냉랭하고 불편하여 머물고 싶지 않은 곳으로 느껴진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시편 기자는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 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 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128:3).”라고 하나님이 복 주신 가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 그렇지 못한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구약 성경 아가서 2장 15절에서 말하고 있는 포도원은 종종 교회와 가정에 비유되곤 하는데 필자는 오늘 가정에 비유하고자 한다. 포도원으로 묘사된 가정을 허는 작은 여우는 과연 누구(무엇)를 가리키는 것일까? 

 

가정은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꾸려가는 가장 기본 단위의 인생 공동체이다. 부부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잘 감당해 내면서 원만하게 소통한다면 건강한 가정이라고 하겠지만, 한쪽 배우자는 갈등의 불씨를 만들고, 다른 쪽 배우자는 그것에 대해 부적절하게 반응함으로써 불화가 증폭된다면 건강을 잃은 가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성실*근면과는 거리가 먼 배우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없는 배우자, 폭력성이 강한 배우자, 가정에는 관심이 없고 허황된 것만을 쫓아 밖으로 도는 배우자, 중독(알코올, 담배, 도박, 쇼핑, 컴퓨터 게임, 성, 포르노, 일 등)에 빠진 배우자가 가정을 허무는 작은 여우일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런 것들도 가정을 허무는 작은 여우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의미에서의 작은 여우는 남편과 아내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억압되어 있는 상한 감정일 수 있다. 그것은 아무런 방어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에 겪었던 그 어떤 일, 그 충격으로 인해 생긴 상처(트라우마)들이다. 이것을 적절하게 치유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기에 겉으로는 나이에 맞는 그럴듯한 옷을 입고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상처로 인해 울고 있는, 미처 성장하지 못한 어린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심리치료에서는 이 아이를 ‘내면 아이(inner child)’라고 부른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있다. 병든 몸을 오래 방치하면 증상이 심각해 지는 것처럼 치유받지 못한 남편과 아내의 마음 속 상처가 가정을 병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인데 배우자가 자꾸 문제를 일으켜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 이상은 참고 살 수 없다고 항변한다.

 

가정을 허는 작은 여우는 집 밖에서 담을 넘어 들어 온 외부의 적만이 아닐 수 있다. 남편과 아내의 내면에 아직 해결되지 못한 깊은 상처가, 그것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배우자와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 배우자가 작은 여우일 수 있다. 그러므로 배우자 안에 있는 작은 여우를 찾는데만 집중하지 말고 자기 안에 숨어있는 작은 여우도 볼 수 있어야 하겠다. 그것은 부부 불화를 불러 온 촉발요인(trigger)이 된 것으로 각 자가 어린 시절 원 가정에서 겪었던 거절감, 결핍, 불안, 수치심, 두려움, 분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들어온 작은 여우를 잡지 못하면 잘 지어놓은 포도 농사를 망치듯이, 우리 가정에 숨어들어있는 작은 여우를 잡지 못하면 가정은 흔들리고 결국은 무너지게 된다.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부어주시는 풍성한 은혜도 누리지 못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가정을 허무는 작은 여우들을 찾아서 잡아내자. 이 작업은 부부 만의 힘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부부 각 자가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도 갖고, 따로 또 함께 심리 상담도 받고,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에도 참석해 보자.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보자. 자기 안에 오랜 세월 울고 있는 어린 아이(내면 아이)의 호소에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해 주고,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자. 남편과 아내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상처입은 인생들이다. 이해와 용납을 통한 사랑에 목마른 존재들이다. 하나님의 무한하신 긍휼이 필요한 존재들이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시1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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